임충섭 Choong-Sup Lim《획(劃) Stroke》 글도, 그림도, 우리가 그리는 첫 번째 획으로 출발한다. 한 해의 마무리인 12월과 다가오는 2024년의 시작을 갤러리현대(@galleryhyundai)에서는 임충섭 작가의 개인전 《획(劃)》으로 맞이하고 있다. 임충섭은 동양 예술의 근원인 '획(劃)'자에 주목하여 현대미술과 동양의 서예 예술의 조형성을 실험하며, 한국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예술가로 소개된다. 이 글을 이어가기에 앞서 필자는 본 전시를 관람하기 전 작품명이나 설명을 읽지 않고, 작품을 감상했다. 느낀 그대로의 감정을 토대로 글을 쓰기 위해 얻은 정보를 나의 해석과 비교했다. 정답은 없으니, 편안하게 그의 작품을 즐기고 아래의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본인이 느끼는게 정답이다.In both writing and drawing, we start with the first stroke. Gallery Hyundai(@galleryhyundai) is kicking off the end of December and the start of 2024 with Choong-Sup Lim's solo exhibition 《Stroke(劃)》 Choong-Sup Lim explores the character '劃' (Stroke), the root of Eastern art, blending contemporary art and Eastern calligraphy. He's known for creating a unique world in Korean art. Before writing this news, the author experienced the exhibition without reading titles or descriptions, comparing personal feelings with gathered information. There's no right answer, so just enjoy Choong-Sup Lim's art and read the text below. Your own feelings are the correct answer. 전시에서는 임충섭 작가가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작업을 보여주는데, 드로잉, 자유형 캔버스, 발견된 오브제, 아상블라주, 키네틱 설치, 사진, 영상, 음향 등 다양한 예술 형식을 사용한다. 그가 이주한 뒤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2023년까지 약 40여 년의 작업들을 만나볼 수 있다. In the exhibition, Choong-Sup Lim displays his art from around 1973, when he moved to New York, up to now. He uses different types of art like drawing, canvas, found objects, installations, photos, videos, and sound. You can see about 40 years of his work, starting from the mid-1980s when he started showing his unique style after moving. 2층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오브제들은 작가가 약 20년 동안 뉴욕의 길을 걸으며 찾은 물건들이다. 작가는 모든 물건에는 기억과 역사가 담겨 있다고 믿어 발견한 오브제를 색칠하고 조각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이 중에는 동양 회화 이론과 실기를 담은 개자원화보, 파란 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색칠된 자전거 안장, 뉴욕의 오래된 건물에서 찾은 쇳덩이, 길에 떨어진 녹이 슨 철 고리, 끊어진 운동화 끈, 잡지로 만든 낙엽 등 다양한 물건들이 모여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다.The stuff filling up one side of the second-floor exhibition wall are things the artist found while walking around New York for about 20 years. The artist thinks each item holds memories and history, so they paint and carve the objects to make new stories. There's a mix of things, like a creative painting with Eastern painting ideas, a bike seat colored from the blue sky, a piece of iron from an old New York building, a rusty iron ring from the street, a broken shoelace, and a fall leaf made from a magazine. All these things come together to create new stories. 지하 전시장에 위치한 위 작품의 이름은 ‘사잇’이다. '사잇(‘사이’+‘잇다’)'은 임충섭의 작품 세계를 담은 단어이다. 뜻은 두 장소나 대상 간의 거리나 공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형식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농촌의 자연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문명 도시 뉴욕에서의 수직적인 빌딩이 가득한 삶과 어린 시절 들판의 수평적인 자연의 기억 사이에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 둘을 잇는 ‘사잇’ 존재로 자각했다. 이것은 그의 창작의 원동력이자 시각적인 모티프로 계속해서 활용되고 있다.The artwork in the underground exhibition is called 'Sait.' It's a word made from 'between' and 'connect,' representing the distance or space between two things. Choong-Sup Lim, the artist, has made various types of art. His memories of growing up in the countryside and his mom, who passed away early, are crucial in his art. Living among tall buildings in New York and remembering the wide fields of his childhood, he sees himself as a 'Sait'—connecting these two worlds. This idea keeps inspiring his art. 가장 인상 깊게 관람한 전시장이 지하층이었다. 벽에 걸린 작품들은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서핑보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임충섭의 시그니처인 오브제 아상블라주 작업들이다. 필자는 작품들을 구석구석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았다. 이 작업들은 다양한 재료와 물체를 조합하여 임충섭 작가만의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고 있다.The coolest part of the exhibition was downstairs. The artworks on the walls looked like fish or even surfboards. I took my time checking out each piece from different angles. I really liked Choong-sup Lim's special artworks, where he mixes different stuff to tell his own cool stories. 무제 – 열. 중. 셛(2015), Acrylic and U.V.L.S. gel on shaped canvas, 169 x 39 x14 cm 제조일자가 적혀있는 호스가 재료로 활용된 작품은 보는 내내 이유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임충섭 작가의 군대 시절 제식 훈련에서 작가가 가장 편하다고 느꼈던 ‘열중쉬어’ 자세의 형상을 소재와 질감이 다른 투명한 물질들로 조합하며 탄생시켰다고 한다. 작품명은 '무제 – 열. 중. 셛(2015)'이다. The artwork using a hose with a manufacturing date felt really comfortable to me. It's called '무제 – 열. 중. 셛(2015)' by Choong-sup Lim. The artist combined different see-through materials to recreate the posture called '열중쉬어' that he found most comfy during army training. 무제 손.발 <가락> (2009), Acrylic and U.V.L.S. gel on shaped canvas, 164 x 76 x16 cm 임충섭의 부조 작업은 마치 살아있는 동물이나 식물의 부분을 형상화한 것처럼 특유의 조형성이 돋보인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가며 회화로도 조각으로도 분류하기 어려운 작가 특유의 탈범주적인 작품들이다. 특히, 위 사진 속 작품 '무제 손.발 <가락> (2009)'은 꼭 정면이 아닌 옆에서 벽에 붙어있는 작품을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흰수염고래를 연상시키는 텍스쳐와 곡선이 매우 아름다웠다.Choong-Sup Lim's relief artworks look like he shaped parts of living animals or plants. They're hard to label as just paintings or sculptures because they move between flat and 3D. Especially, check out the artwork '무제 손.발 <가락> (2009)' in the photo. It's best enjoyed from the side attached to the wall, not just straight on. The texture and curves, like a white whale, are really beautiful. 2층에서는 키네틱 설치작업 〈길쌈〉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팽팽하게 연결된 실과 이른 지탱하는 못들이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천장에서 내려와 회전하는 구조물과의 조화도 눈에 띄었다. 이 작품은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건축적으로 시각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베틀을 연상시키며 동서양의 교차점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Upstairs, the kinetic installation '길쌈 (Thread Stretching)' really caught my eye. The tight threads and supporting nails gave a strong feeling. The rotating structure hanging from the ceiling was also cool. This artwork is all about showing the balance between nature and civilization in a creative way. It's like a mix of traditional weaving, and it represents where East meets West. 소개하지 못한 작품들이 많다. 자세히 살펴보게 만드는 작업들이 많아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1층 전시장을 관람한 후 계단을 통해 지하 전시장으로 내려가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여 2층까지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1층을 한 번 더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 1층을 관람했을 때와는 느낌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충섭의 개인전 《획(劃)》은 늘 한쪽을 택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국(동양)과 미국(서양), 자연(시골)과 문명(도시), 과거와 현재 등 양자 사이에 놓인 순간을 선사한다. 우리를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중간의 세계로 이끈다. 수많은 선택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중에 이 전시를 즐기는 순간만큼은 그가 말하는 '사잇'을 즐기길 바란다.There are many artworks I haven't talked about. The pieces really make you want to look closely, so I spent quite a bit of time there. After checking out the first-floor exhibit, I suggest going down to the underground area via the stairs, using the elevator to see the second floor, and finally revisiting the first floor. It'll probably feel different from your first visit. Chung-Sup Lim's solo exhibition "Stroke(劃)" captures moments between opposites—like Korea and the United States, nature and civilization, past and present. It leads us into a world that's both familiar and a bit strange. Among the many choices in our lives, I hope you enjoy this exhibition as a moment to appreciate the 'Sait' that he talks about. 임충섭 《획(劃)》갤러리 현대2023. 12. 14 - 2024. 1. 21화-일 10시-18시 (월요일 휴관)관람료: 무료 Choong-Sup Lim 《Stroke》Gallery Hyundai14. Dec. 2023 - 21. Jan. 2024Tue - Sun 10:00 - 18:00 (Closed on Monday)Free Entrance This post was written with cooperation of Gallery Hyundai.본 포스팅은 갤러리 현대의 협조를 받아 취재 및 촬영되었습니다. 참고문헌 / 갤러리현대, 임충섭, 「《획(劃)》 전시 서문」 글, 사진 / @chulhoon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