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Jaehun Park 박재훈 작가(@windlessroom)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와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3D 시뮬레이션과 게임 산업에서 얻은 디지털 레디메이드를 활용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물과 공간을 재해석한다. 물질성과 비물질성 사이에서 고민하며 작업의 확장성을 모색해 나가고 있는 용의주도한 박재훈 작가의 이야기를 확인해 보자. Jae-hun Park(@windlessroom) explores modern capitalism and human desires using digital media. By using digital materials from 3D simulations and the gaming industry, he reimagines objects and spaces, blurring the line between virtual and real. Focused on the balance between material and immaterial, Jae-hun Park carefully seeks new ways to expand his work. Learn more about his journey. |<PER News>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안녕하세요, 디지털 조각가이자 애니메이터, 그리고 시뮬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재훈입니다. 산업도시 울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대학원 때는 레디메이드를 활용한 조각 작업을 주로 했고, 졸업 후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건너가 현재는 미디어 설치 작업을 하며 전업 작가로 생활하고 있어요. 건축시공업자인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건설 현장에서 많이 놀았는데, 그 경험으로 건축 공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각종 수공구와 도구들에 대한 익숙함이 몸에 배어 있고, 건축 공간이 구조화되는 과정과 사물이 대량 생산되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늘 많습니다. | Please briefly introduce yourself to the readers of <PER News>.Hello, I'm Jae-hun Park, a digital sculptor, animator, and simulator. I was born in Ulsan, an industrial city, and studied Western painting in Seoul. In graduate school, I focused on sculpture using readymades. After graduation, I moved to Amsterdam in the Netherlands, where I work full-time creating media installations. My father is a construction contractor, so I spent a lot of time at construction sites as a child. This experience helped me become familiar with tools and sparked my interest in architectural spaces and how they are structured, as well as the process of mass-producing objects. ⓒ 2024 Jaehun Park |현재 어떤 매체를 다루고 계신가요?저는 3D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를 활용해 하이퍼 자본주의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인류의 영향력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직접 3D 모델링을 하거나, 게임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디지털 레디메이드 데이터를 수집해서 가공하고 재조합해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 배치합니다. 이러한 게임 산업의 부산물들인 디지털 레디메이드를 이용해 사물들이 가진 종교-자본적 알레고리를 탐구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내포하고 있는 회화적 공간의 깊이와 조각적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어요. |What media are you currently working with?I use 3D computer-generated imagery (CGI) to show how hyper-capitalism and human desires affect the Earth's ecosystem. I create my own 3D models and also gather and rework digital readymade data from game developers to place them in virtual spaces. By using these digital readymades, I explore the religious and capitalist meanings of objects and study the artistic depth and sculptural potential in computer simulations. ⓒ 2024 Jaehun Park |작업관이나 주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맞춰지시나요?제 작업은 현실 Actual, 가상 Virtual, 제의 Ritual 이 세 가지의 X, Y, Z 축을 중심으로 확장돼요. 이 세 가지 축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으로부터 대량 생산된 사물이 자리 잡고 있고요. 특정 사물이 가진 의미와 맥락을 때로는 사냥꾼처럼 추적하거나 때로는 아키비스트처럼 기록하며 얻어진 정보를 작업의 모티브로 사용합니다.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사물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특정 주제를 정해두기보다는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주제가 묻어나도록 하는 방식을 추구해요. |How do you develop your themes and concepts?My work is based on three axes: Actual (reality), Virtual, and Ritual. At the center of these axes are objects made by humans. I explore the meanings and contexts of specific objects, sometimes tracking them like a hunter and other times recording them like an archivist. This information serves as inspiration for my work. While I’m interested in objects and spaces that reflect social realities, I prefer to let themes come out naturally during the creative process instead of deciding on a specific theme beforehand. ⓒ 2024 Jaehun Park |특별히 선호하는 재료나 접근 방식이 있나요?과거에 회화 작업을 하다가 조각 작업으로 넘어오면서, 주로 사용한 재료는 길거리에서 주운 레디메이드였고, 현재 디지털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가장 중요한 재료는 오픈소스 디지털 레디메이드죠. 게임 산업의 여파와 아이폰 라이다 스캐너의 파급력으로 온라인상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오픈소스 3D 모델과 3D 스캔 된 사물과 공간 데이터가 넘쳐나는데, 이러한 데이터들이 제 작업의 주된 재료이고, 그것을 가상공간 안에서 회화와 조각의 방식을 가져와 시뮬레이션해요. |Do you have any preferred materials or approaches?In the past, I worked with painting and later switched to sculpture, mainly using found objects from the streets. Now, while working digitally, my most important material is open-source digital readymades. Thanks to the gaming industry and the iPhone LiDAR scanner, there are many open-source 3D models and scanned data of objects and spaces available online. I use these data as the main materials for my work and simulate them in virtual spaces using techniques from both painting and sculpture. ⓒ 2024 Jaehun Park |작업의 성격이나 관심 분야는 어떤 건가요?현재는 컴퓨터 3D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미디어 영상 작업을 주로 하고 있기에, 디지털 매체와 회화나 조각 등 물질 매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glitch) 등에 관심이 많아요. 가상 같은 현실, 현실 같은 가상, 그리고 현실 세계 속에서 인공화된 자연과 가상세계 속에서 자연화된 인공에 대한 호기심이 많죠. 그리고 그 간극과 매체적 번역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역들, 예상치 못한 텅 빈 공간, 불완전한 데이터, 날조된 이미지 등을 작품 속에 꽁꽁 숨겨놔요. |작업에 영향을 준 작품이나 예술가는 누구인가요? 초기에는 레디메이드의 아버지, 마르셀 뒤샹의 영향이 가장 컸어요. 회화의 감수성, 조각의 물질성을 뛰어넘어 레디메이드만이 가진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생각해요. |What are the characteristics of your work and areas of interest?I currently focus on media video work using computer 3D simulation, and I'm interested in the gaps or glitches that occur between digital media and physical mediums like painting or sculpture. I'm curious about realities that feel virtual, virtual worlds that feel real, and how nature is represented in both the real world and virtual environments. I also include hidden elements in my work, such as mistranslations, unexpected empty spaces, imperfect data, and fake images that come up during this process. |Which works or artists have influenced your work?In the beginning, my biggest influence was Marcel Duchamp, the father of readymade art. I believe he explored a mysterious realm unique to readymades, going beyond the feelings of painting and the physicality of sculpture. ⓒ 2024 Jaehun Park |작업을 통해 얻은 힌트나 깨달음이 있다면?어떤 매체든 저마다의 저항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그 저항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저항성이 오히려 매체의 고유성을 규정짓는 요소라는 걸 깨달았죠. 아이러니하지만 3D 시뮬레이션 속에서는 이런 저항성이 다소 덜한 편이에요. 가끔은 가상현실 속에서 중력을 없애고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이 디지털 매체의 물질적 무저항성이 작업 진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거대한 자유 앞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다시 회화와 조각의 방법론과 그 수행적 과정을 다시금 생각해요. |자신만의 그래프를 만들어두고 봤을 때 본인의 위치는 어디쯤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현재 제 작업 과정과 결과물에서 가장 큰 결여는 ‘물질성'이라고 생각해요. 전기가 들어오는 컴퓨터와 그 안에서 이뤄지는 계산 과정이 없어진다고 상상하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작업의 물질성을 통한 해방감도 있지만, 회화를 전공하면서 각인되었던 손맛이 아직까지도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에도 고유한 물질성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3D 스캐닝 된 데이터 모델의 폴리곤이 가진 특유의 느낌을 어떻게 물질로 번역할 수 있을지 시도 중이에요.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나요?주로 모니터 너머의 가상세계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슬럼프가 오면 종이에 글을 쓰거나 두꺼운 수채화지에 드로잉을 하곤 해요.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것이죠. 슬럼프가 있어야 작업이 한 단계 더 확장된다고 생각해요. |Have you gained any insights or realizations from your work?I think every medium has its own resistance. In the past, I believed I needed to overcome this resistance, but now I see it as something that defines the medium's uniqueness. Ironically, 3D simulation has less resistance. Sometimes, the ability to change gravity or wind direction in digital media can be the biggest obstacle for me. When I feel lost in this freedom, I rethink the methods of painting and sculpture. |If you were to create your own graph, where do you think you would be positioned?I feel that the biggest gap in my work is a lack of physicality. Imagining a situation where the computer stops working makes me feel like everything falls apart. Although there is freedom in not having physicality, I still long for the tactile experience I gained from studying painting. Recently, I’ve begun to wonder if digital media has its own kind of physicality, and I'm exploring how to translate the unique feel of 3D scanned data into physical form. |How do you overcome slumps?Since I usually work in the virtual world, when I hit a slump, I write on paper or draw on thick watercolor paper. It helps me return to analog methods. I believe experiencing slumps is important for my work to grow and expand. ⓒ 2024 Jaehun Park |작품의 완성도나 만족도는 어떻게 판단하나요?완성도가 작품의 질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생각했던 설계도 드로잉으로부터 얼마나 멀리까지 벗어났는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첫 계획과는 달리 작업 과정에서 작품이 많이 바뀌는 그 궤도 이탈의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이디어나 구성이 생겨날 때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완성도의 기준을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찾습니다. 궤도 이탈이 클수록 주로 만족도도 큰 편이고요.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현실 세계의 사물과 자연현상이 디지털 세계로 어떻게 번역되어 들어왔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셨으면 해요. 또 한편으로는 관객들이 작가의 의도보다는 자신만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전시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게 있나요?설치부터 홍보까지 전시의 모든 부분이 중요하지만, 전시의 맥락과는 별개로,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사진이라는 기록물로 전시가 디지털 상에 남게 되는 경향이 커지고, 오늘날의 전시가 구글, 인스타그램, 틱톡이라는 미디어에 의해 전파되고 있어서 디스플레이를 할 때 디지털 사진 기록물의 형태가 어떻게 나올지 우선적으로 생각해요. 실제 전시 설치에서는 직접 방문해 보는 관객들을 위해 미디어 스크린들의 케이블을 가급적 보이지 않게 숨기고자 온갖 노력을 합니다. 가급적이면 미디어 작품들이 그림으로 또는 조각으로 보였으면 하는 욕구가 있어요. |How do you decide if your work is complete or satisfying?I don’t think completeness defines the quality of a piece. For me, it’s about how far the final work strays from my original drawing. When the work changes during the process, it can lead to unexpected ideas and new possibilities. So, I focus on the journey of creating rather than just the final result. The more it deviates from my initial plan, the more satisfied I usually feel. |What do you want people to notice in your work?I want people to see how real-world objects and natural events are translated into the digital world and how errors happen in that process. I also want my work to allow the audience to interpret it in their own way, rather than just following my intentions. |What do you think is important when you have an exhibition?Every part of the exhibition, from setup to promotion, matters. I’ve noticed that exhibitions often leave a digital record in photos. Since exhibitions are shared through platforms like Google and Instagram, I think about how those photos will look. When I install my work, I try to hide the cables from media screens so they don’t distract viewers. I want my media works to look more like paintings or sculptures.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정할 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가장 회화 같은 미디어 작품을 전시하려고 해요. 아트페어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게 마련이고, 시각적으로도 영속성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렇죠. 디지털 매체로 작업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회화와 조각이라는 두 매체를 통합하고자 하는 욕망이 여전히 강하답니다. |관객의 반응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나요?관객의 반응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편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관객이 있다고 생각해요. |What do you consider when choosing works for an art fair?I aim to show pieces that feel the most like paintings. I think everything at an art fair will eventually disappear, and it doesn’t have lasting visual impact. Even though I work with digital media, I still want to blend painting and sculpture. |Does the audience's reaction affect your work?Not really. I believe there are many types of viewers out there. ⓒ 2024 Jaehun Park |관심사는 무엇인가요?유럽에 있을 때는 대성당을, 한국에 오면 꼭 불교 사찰을 방문해요. 자본, 사물, 종교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종교에서 믿음을 위해 사용하는 사물의 상징과 그 과정을 답습하는 하이퍼 자본주의가 작업의 기반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예술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예술가 외의 직업을 깊이 생각해 본 직업이 없지만, 어릴 때는 건축가가 되고 싶었어요. 건축가도 예술가라고 한다면, 탐험가나 우주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을 것 같아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요. |앞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현재까지는 현실 세계의 사물과 공간을 디지털 세계로 들여오는 물류 서비스업 담당자였다면, 앞으로는 이미 구축된 디지털 세계의 사물과 공간을 현실 세계로 들여오는 밀수업자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What are your interests?When I’m in Europe, I visit cathedrals, and in Korea, I like to see Buddhist temples. I’m very interested in capital, objects, and religion. I think the symbols of religious objects and the process of hyper-capitalism really shape my work. |If you weren’t an artist, what job would you want to do?I haven’t thought much about jobs other than being an artist, but I used to want to be an architect. If architects count as artists, I might also want to be an explorer or an astrophysicist because I’m curious about the unknown. |Is there something you want to try in the future?So far, I have focused on bringing physical objects and spaces into the digital world. In the future, I want to work on bringing digital objects and spaces back into the real world. ⓒ 2024 Jaehun Park |차기 전시나 프로젝트가 있나요?9월 말에 서촌의 상촌재라는 한옥에서 서울 한옥 위크에 맞춰 작은 개인전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한옥과 전통적 가구들을 적절히 활용한 미디어 디스플레이를 구상 중이에요. 올해 말부터는 기존에 해오던 3D시뮬레이션 미디어 영상 작업과 더불어 디지털 모델을 조각으로 번역하고 물질화 해내는 장기 계획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Do you have any upcoming exhibitions or projects?I have a small solo exhibition at Sangchonjae, a hanok in Seochon, at the end of September for Seoul Hanok Week. I’m planning a media display using traditional furniture and the hanok. Later this year, I’ll start a long-term project to turn digital models into sculptures, along with my ongoing 3D simulation videos. 글 / @kndahee사진 / @chulhoonjung